울산 무거동 도쏭봉가또 / 크로칸슈, 앙버터 (추천)
보통 우리같은 밀덕(밀가루 덕후)들은 종류를 가리지않는다. 면류 뿐 아니라 빵류도 좋아한다ㅎㅎ
나도 울 엄마도 밀덕이라서 내가 공부를 끝내고 집에 갈 때는 항상 독서실 앞에 있던 뚜레쥬르에 들러 빵을 하나씩 사서 가곤 했었다. 엄마도 빵순이라 함께 빵쇼핑을 할 수 있는게 너무너무 좋았다.
부산에 혼자 살게 되면서부터는 옵스, 베이커스, 비엔씨, 이흥용과자점 등 부산에서 유명한 빵집을 많이 찾아다녔다.
일반적인 프렌차이즈 베이커리에는 없는 그 집만의 특색있는 빵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다양한 빵집을 정복하면서 웬만한 맛있는 빵은 다 먹어봤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언젠가 한 번 본가에 들렀을 때, 동생이 사온 마들렌을 먹었는데 세상에 처음 먹어보는 맛의 마들렌이었다.
나는 마들렌을 좋아하지않는데 이 마들렌은 뭐랄까 특유의 레몬맛도 적고 촉촉하고 버터향이 나는게 맛있었다.
동생에게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니 울산대 앞 도쏭봉가또라고 했는데 이름이 너무 어려워서 한 번 듣고 잊고 있었다.
근래에 울산대 앞에 갔다가 도쏭봉가또라는 이름을 가진 빵집을 발견했고 인생 크로칸슈를 만나버렸다.
도쏭봉가또라는 상호명이 생소하기 때문에 처음 듣는 사람들은 나처럼 한 번에 기억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찾아가는 길은 매우매우 쉽다.
울산대 정문 횡단보도를 건너 큰 도로변에 위치해있다.
나는 위치도 모르고 버스를 타기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려다가 도쏭봉가또를 발견했다.
이렇게 한글로 가게명이 적혀있어서 '아 그 어려운 이름...' 이 정도만 알아도 찾을 수 있다.
구 정항우케익 울산대점이라고 적혀있던데 정항우케익에서 운영하는지 확실하지는 않다.
여기는 케이크보다는 쿠키나 작은 빵류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
울산대 학생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곳이라고 들었고, 그 명성대로 밤 9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보통 빵집은 여학생들이 많이 찾는데 남학생도 혼자 와서 슈 10개씩 사가는 것도 봤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됐다.
지난번에 마들렌을 먹을 때 동생이 도쏭봉가또에 대해서 말하면서 앙버터가 정말 맛있다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동생에게 전화를 했더나 무조건 분홍색 앙버터를 먹어야한다고 해서,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분홍색 스티커가 붙여진 앙버터를 집었다.
앙버터의 팥앙금은 중국산, 버터는 프랑스산을 쓴다고 적혀있었다.
여태 먹은 다른 빵집의 앙버터에는 고메버터가 들어가던데 여기의 앙버터에는 고메버터가 들어가지 않는다.
미슐랭스타 셰프들이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한다고 말한 버터인 에쉬레 버터라고 하는 값비싼 재료가 들어간다.
팥앙금에서 단가를 낮추고 에쉬레 버터를 써서 빵의 퀄리티를 높인 것이 느껴졌다.
가게 자체는 많이 꾸며져있는 편은 아니다.
인스타나 SNS를 겨냥한 인테리어도 아니었다.
정직하게 빵을 진열해놓고 파는, 옛날 동네 빵집의 느낌이 들어서 매우 정겨웠다.
특별히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특색있는 빵은 없었지만 종류는 꽤 다양했다.
가격도 단품 1500~2500원 사이로 저렴해서 다양한 빵을 접해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빵순이 빵돌이들 많이 생겨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부럽)
원래 앙버터만 사오려고 했는데 앞에서 계산하던 여성분이 크로칸슈를 주문하는 것을 보고 나도모르게 크로칸슈를 주문해버렸다.
가격은 앙버터 2000원 크로칸슈 2000원이다.
크로칸슈는 안에 슈크림이 들어있어서 냉장보관을 해야하기 때문에 계산할 때 말하면 사장님이 꺼내서 같이 계산해주신다.
친절하신 사장님이 분홍색의 예쁜 종이백에 크로칸슈를 담아주신다.
슈크림이 녹을까봐 앙버터는 집에 가서 먹고 크로칸슈만 버스를 기다리면서 먹기로 했다.
크로칸 슈의 전체적인 모습이다.
내 손바닥의 1.5배 정도 되는데 2000원이라는 가격에 비해 아주 큰 편이다.
예전에 센텀 신세계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로 크로칸슈가 들어온걸 본 적이 있는데 먹으려고 줄을 섰다가 하나에 3600원이나 하는 것을 보고 그냥 안 먹고 나왔었다.
크기도 작아서 먹고싶은 마음이 싹 달아났었다.
'크로칸'이라는 단어는 바삭하다는 뜻을 가진 것 같다.
나의 최애 빵 중 하나인 이흥용과자점의 바질크로칸트 또한 아주 바삭한 식감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도쏭봉가또의 크로칸슈 또한 딱딱한 질감의 빵 안에 슈크림이 가득 들어있다.
빵의 겉면은 마치 나무같은 질감이며 은은한 달콤함이 돌고 바삭했다.
안에 슈크림도 가득히 들어있다.
먹을 때는 흐를 수 있으니 조심해서 먹어야한다.
앞 뒤 다 조심해야한다!
내가 평소에 먹었던 슈'크림'과 달랐다.
질감부터 생크림같이 꾸덕하지않고 묽다.
유제품의 맛이 조금 더 강하며 바닐라향보다 우유의 향이 더 진했다.
일반적으로 먹는 슈 안에 있는 크림과는 전혀 다르다.
지금까지 먹어왔던 스타일의 슈크림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이때까지 먹은 슈크림 중에서 제일 맛있었기 때문이다.
슈크림이라고 말하기 아까울 정도로 부드럽고 느끼하지않고 담백하며 달다.
결국 다 먹고 다시 횡단보도를 건너서 하나 더 사서 돌아왔다.
가던 발걸음도 돌리게 하는 맛이었다.
크로칸슈만 먹으러 도쏭봉가또를 방문해도 되는 맛이다.
슈 안에도 같은 슈크림이 들어간다고하니 슈도 맛있을 것 같다.
앙버터 프레첼은 크지는 않다. 한 손에 잡히는 앙증맞은 크기다.
저 분홍색 스티커는 뭘 의미하는 지는 모르겠는데 동생이 하도 분홍색 앙버터를 먹어야 한다고 해서 분홍색으로 샀다.
앙버터가 담긴 바구니에 누텔라 프레첼도 같이 있어서 헷갈리니까 앙버터에는 분홍색 스티커를 붙여둔 듯 하다.
앙버터 프레첼의 단면이다. 팥 소가 가득 들어가있고 버터는 생각보다 적었다.
그래서 크로칸슈 만큼의 감동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크로칸슈는 처음 먹어봤는데 맛있어서 충격이었다면, 앙버터는 여태 먹은 앙버터프레첼 중에 제일 맛있어서 충격이었다.
앙버터야말로 많이 먹어봐서 맛이 다 고만고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팥 소와 버터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팥 소가 많이 달지도 않고 적당히 으깨졌고, 버터는 느끼하지않고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았다.
무엇보다 빵이 고소하고 촉촉했다.
다음에도 재구매 의사가 있다.
베스트 1위라는 초코스콘도 구매했다.
1500원밖에 안하는데 엄청 크다.
스타벅스 플레인 스콘과 초콜릿 스콘 그리고 베이커스에서 바질스콘을 먹은 것 외에는 스콘을 먹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제대로 된 스콘의 맛을 잘 모른다.
도쏭봉가또의 초코스콘의 가장 큰 특징은 초코칩을 아끼지 않고 듬뿍 넣었다는 것이다.
빵 부분 보다 초코칩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냥 먹으면 조금 퍽퍽한 느낌이 들었다.
스벅에서 해주는 것처럼 10~15초만 살짝 데워서 먹으니 훨씬 쫄깃하고 초코도 살짝 녹아서 맛이 좋았다.
너무 데우면 약간 덜 익은 것처럼 눅눅해져버리니 조금만 데워 먹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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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크게 기대하지않은 곳인데 빵들이 너무나도 맛있고 저렴해서 취향저격당했다.
여태까지 먹어본 적 없는 맛의 슈크림이 제일 인상깊었다.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에쉬레 버터를 사용한 앙버터다.
무엇보다 재료를 아끼지 않고 듬뿍 넣은 것과 좋은 재료를 쓰는 것이 빵을 맛있게 만드는 노하우가 아닌가싶다.
재방문할 때는 크로칸슈와 앙버터는 기본으로 구매하고, 나머지 빵들도 종류별로 먹어 볼 예정이다.
울산 빵집을 찾는다면 도쏭봉가또 완전 추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