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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절곶을 너무나 좋아한다.
어릴 때 아부지께서 주말마다 우리 남매를 데리고 나가 바람도 쐬고 맛있는 것도 사주셨는데, 우리집에서 1시간 넘게 걸리는 간절곶에도 엄청 자주 갔었다.
해돋이를 보기도 했고, 포장마차에서 장어를 구워먹기도 했으며, 미역을 캐오기도 했고, 바닷고동을 잡아오기도 했던 곳이다.
나에게 행복한 추억의 장소이기 때문에 타지 사람들이 울산 여행오면 간절곶보다 대왕암공원이 더 좋다고 하지만 울산 태생인 내 마음 속 베스트는 간절곶이다.
지금은 관광지화가 많이 되어서 차량출입도 금해지고 장어구이 포차들도 다 사라졌고, 무엇보다 우리 남매가 어느덧 성인이 되고 아버지가 연세가 많아지다보니 간절곶에 오는 일이 뜸해졌다.
그저 가끔씩 속이 답답할 때나 힐링하고 싶을 때 간절곶에 가서 마음을 달래고 온다.
이번에는 시험 끝난 동생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자 간절곶에 갔다가 대박적인 호떡을 발견했다.
가격도 맛도 인심도 다 좋아서 추천하려고 포스팅을 한다.
간절곶이 어디있는지는 내비 찍으면 다 알 수 있어서 잘 찾아올 수 있지만 왕호떡 가게는 포차처럼 되어있는 곳이라 지도 상에는 나오지 않아서 직접 지도에 표시를 했다.
공영주차장에서 바다 쪽으로 쭉 내려오거나 소망우체국에서 지도따라 쭉 내려오다보면 오른쪽에 보인다.
차량 출입금지 구간이 끝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주변 길가에 주차하고 먹으러 오는 사람도 많았다.
가게 주변에 포장마차 테이블과 의자도 있어서 먹고 갈 수도 있다. 쓰레기통도 구비되어 있다.
가게 이름은 "왕호떡"이다.
정말 무심하고도 정직하게 상호명이 적혀져있다.
그래서 요즘말로 세상 힙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사실 처음에는 사먹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호떡을 사가는데 조금 과장해서 호떡이 사람 얼굴만하길래 홀린 듯이 줄을 서게 되었다.
호떡 크기가 보통 호떡의 2.5배는 되어보였기 때문에 가격도 비쌀거라고 생각하고 주인할아버지께 여쭈어봤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천원"이었다.
그래서 1인 1호떡을 하기 위해 3개를 주문했다.
앞에 주문이 여러개 밀려있어서 줄을 서서 대기를 해야했는데, 겨울바닷가라서 너무 추웠다.
오들오들 떨고 있으니 주인할아버지가 어묵을 끓이는 솥 옆으로 오면 따뜻하다며 우리를 포차 안으로 들어오게 해주셨다.
어묵 국물도 마시라며, 국물은 얼마든지 마셔도 된다고 웃으면서 말씀해주셨다.
참고로 어묵은 하나에 500원이고 어묵국물을 내는 채소들은 직접 재배하신 것을 사용하신다고 했다.
가게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운영하신다. 할머니는 호떡을 만드시고, 할아버지는 서빙과 홀을 담당하신다.
할머니는 주문이 들어오는대로 호떡을 만들어주시는데 반죽부터 큼직하게 떼어 소를 채우신다.
호떡을 부칠 때는 호떡이 아니라 전을 부치는 기분이 들 만큼 호떡이 넓적하고 크다.
할아버지는 연세가 꽤 있어 보이셨지만 테이블을 치우거나 정리하는 것 모두 본인이 직접 하신다.
그리고 가게는 주말만 연다. 어떤 분은 여기 호떡과 어묵을 먹기위해서 일부러 주말에 맞춰서 간절곶에 왔다고 했다.
손님이 오면 항상 웃는 얼굴로 맞이하시고 말 낮추시는 법없이 대해주신다.
고작 3천원어치 호떡 사는데도 어묵국물까지 마음껏 마시라고 해주시니 말씀만이라도 너무 좋았다.
국물컵을 씻으셔야할 것 같아 마시지는 않았지만 큰 솥과 푸짐히 들어간 국물재료들이 주인내외의 인심을 말해주는 듯 했다.
할머니께서 호떡을 만들어 종이컵에 담아주신다.
그냥 들고 나서려고했는데 할아버지께서는 앉아서 먹고가라며 기어이 우리를 테이블에 앉히셨다.
우리가 너무 오들오들 떨어서 불쌍해보였나싶다가도 만약 우리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이렇게 챙겨주셨을 것 같아서 괜히 그리운 마음으로 앉아서 다 먹고 왔다.
호떡은 성인남자 손을 쫙 편 만큼의 크기다.
설탕소가 없는 부분도 달고 고소하다.
오직 기름으로만 만들기 때문에 마가린의 그 고소한 향은 없지만 안에는 씨앗도 조금 들어가있다.
맛은 일반 호떡과 똑같지만 딱 하나 다른점이 있다.
바로 검은깨!!!!!!! 반죽에 검은깨를 넣으셨는데 검은깨랑 같이 씹으면 배로 고소해진다.
야외에서 호호 불어먹어서 더 맛있었을 수도 있지만 요즘따라 팥앙금 없는 찹쌀도나스나 옛날 호떡이 먹고 싶었는데 정말 만족스러웠다.
솔직히 2천원에 팔아도 먹을 크기와 맛이었다.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손님이 없다면 그건 찬스이기 때문에 망설이지말고 무조건 사먹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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