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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년 전 우리 동네 중국집 짜장면의 가격은 2500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해마다 가격이 오르더니 지금은 저렴하면 4000원이고 보통 4500~5000원 사이의 가격으로 올랐다.

세월이 흐르는만큼 물가도 많이 올랐지만, 짜장면은 여전히 서민음식으로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토닥여준다.

 

보통의 주택가처럼 서면에도 곳곳에 중국집이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땅값, 임대료 때문인지 꽤 허름한 곳임에도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다. 

전포역 쪽으로 넘어가면 가격이 조금 내려가지만 짜장면 한 그릇을 위해 걸음을 나서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서면 2번가 배대포골목 쪽에 저렴한 가격의 중국집인 샤오시안을 발견했다.

짜장면이 2900원, 짬뽕이 3900원 등등 처음 봤을 때는 믿어지지 않는 가격이었다.

가격이 워낙 저렴해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방문하게 된게 벌써 세번째다.

 

 

 

서면 2번가를 자주 다니는 사람은 이미 위치를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유명한 자라 쪽에서 배대포골목 쪽으로 가는 골목에 들어서면 왼쪽에 있다.

그래도 찾기 힘들다면 서면 토리고야 맞은편을 보면 된다.

 

서면점 뿐아니라 부산대점도 있다고하니 장전동 부근에 산다면 부산대점을 방문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서면 샤오시안에서는 식사류 뿐아니라 안주류도 판매한다.

그래서 영업시간도 오전 11시 30분부터 새벽 3시까지라고 한다.

나는 남자친구가 술을 못 마시는 덕분에(?) 여기서는 식사류만 먹어봤다.

 

메뉴판을 보면 알겠지만 가격이 매우 저렴한 편이다. 짜장면과 짬뽕은 특히 더 저렴하다.

잡채밥은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해서 10년 전에 5000원 했던 것을 분명히 기억하는데, 샤오시안 잡채밥은 4900원이다.

시간 물가 따위는 다 무시해버린 엄청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의 마진만을 남긴다는데 마진이 남나 모르겠다.

 

내 생각엔 술안주가 마진이 많이 남기 때문에 식사류를 저렴하게 파는 것이 가능한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방문할 때마다 상당수가 칠리새우나 고추잡채 등에 술을 곁들이는 것을 봤다.

안주류도 저렴해서 평소에 못 먹어봤던 것을 시켜서 안주삼으면 기분도 내고 좋을 것 같다.

 

아무튼! 세번째 방문인 이 날은 짜장면과 잡채밥을 주문했다.

 

 

 

짜장면은 우리가 아는 그런 짜장면 맛이다.

특별히 맛이 있거나 맛이 없지 않아서 무난하게 시킬 수 있는 메뉴다.

가격이 가격인지라 고기는 거의 없지만 대신 양파는 제법 많이 들어가있다.

 

나는 원래 중국집에 가면 짬뽕을 시키는 짬뽕파다.

하지만 누구나 살면서 갑자기 짜장면이 땡기는 날이 있듯이 내가 이 날 그랬다.

 

배가 꽤 고팠던 상태였는데도 면의 양이 많지는 않지만 적당해서 그런지 먹고나니 얼추 배가 불렀다.

가격이 저렴하다고해서 맛이 떨어지거나 양이 적거나 하지 않아서 좋았다.

 

2900원짜리 짜장면이 미끼상품이라고 할 지라도 4500원에 파는 다른 중국집의 짜장면과 비교했을때 전혀 처지는 맛이 아니었다.

 

 

 

잡채밥은 4900원으로 구성이 상당히 좋았다.

밥은 적지만 잡채가 많다. 나는 비빔밥을 만들어도 밥보다 나물을 더 많이 넣는 스타일이라서 밥보다 잡채가 많은 잡채밥이 마음에 들었다.

잡채가 많기 때문에 잡채부터 먼저 집어먹은 후 섞어먹었다.

 

특이한 점은 잡채가 납작당면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찜닭에 납작당면을 넣는 곳은 종종 봤지만 잡채밥에 납작당면을 사용하는 곳은 샤오시안이 처음이다.

아무래도 그냥 당면보다 더 쫄깃해서 씹는 맛이 있지만 이빨로 끊기가 어렵다.

면을 조금 잘게 썰어주거나 가위를 같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잡채밥은 약간의 불맛이 난다. 목초액 등의 인위적인 불맛이 아닌 불으로 낸 불맛이다.

돼지고기도 가늘지만 많이 들어가있다.
양파는 겉만 살짝 익혀 나오기 때문에 씹으면 양파의 알싸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그 외에 양배추와 당근 등이 아삭하게 식감을 더해준다.

 

잡채는 처음에는 불맛이 나고, 중간에는 쫄깃한 맛이 나다가, 끝에는 뭔지모를 떫은 맛이 났다.

납작당면을 볶으면 나는 특유의 향일지도 모른다. 많이 거슬리는 맛은 아니다.

그런데 나는 떫은 맛을 느꼈지만 같이 먹은 남자친구는 느끼지 못한 걸 보면 내 미각이 예민한 것일 수도 있다.

 

같이 나오는 계란국은 후추맛이 강하다.

 

-

 

가격이 저렴하지만 맛과 양은 일반 중국집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오히려 동네의 허름한 중국집보다 깔끔한 내부에서 분위기 있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맛도 무난, 양도 무난했기에 가끔씩 중국요리가 먹고 싶을 때 방문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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