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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범일동 할매돼지국밥, 할매국밥
역사와 전통이 녹아있는 맛 ★★★★
돼지국밥이 부산의 대표적인 음식이 된 여러가지 가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전쟁을 피해 내려오면서 이북의 향토 음식인 돼지국밥도 함께 퍼졌다는 것이다.
범일동 할매국밥의 할매(?)도 6.25전쟁 때 피란 오셔서 돼지국밥을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북식 순대도 이 집의 인기 메뉴!
많이 팔려서 저녁 때 가면 거의 못 먹는다고 한다.
암튼, 지금은 둘째 내외가 할매국밥을 그대로 물려받아서 운영 중에 있으며, 다른 두 아들 내외는 교통부돼지국밥을 운영하고 있다.
범일동에는 갈 일이 없어서 1년간 가야지 가야지 생각만 하고 못 갔었는데, 근래에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국밥 한 그릇이 당기기에 길을 나섰다.
버스를 타도 20분 걸린다고 나오길래 30분 걸리는 도보를 택했다.
비도 그친 촉촉한 날, 그렇게 남자친구와 수다를 떨며 30분 가량을 걸어 도착했다.
내가 좋아하는 교통부돼지국밥의 전신이자 뿌리인 곳, 범일동 할매돼지국밥에 드디어 다녀왔다.
위치는 범일동 골목, 골목을 들어서면 오른쪽에 바로 가게가 있다.
식사시간이나 주말에는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찾기 쉬울 것 같다.
웨이팅을 위한 포장마차 의자도 몇 개 마련되어 있었다.
가게 주차장은 없으나 대로변에 있는 가람주차장 이용시 30분이 무료다.
(가게 맞은 편 주차장은 무료 아님!!!!!!!!)
근데 뜨거운 돼지국밥을 30분 만에 먹고 나가기가 좀 어렵지 않나...ㅋㅋㅋㅋㅋ
범일동 할매국밥의 메뉴판인데 가격이 매우 저렴해서 놀랐다.
부산 수요미식회에도 나온 집이라 명성도 인기도 상당할텐데 이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요즘 다른 국밥집은 7~8천원은 하니까 더 비교되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이 가격도 500원씩 오른가격이라는 점!!!!!!!!!!!!
수육도 순대도 저렴한 편, 수백은 다른 가게와 비슷하거나 조금 저렴한 정도다.
게다가 카드도 된다^_~
계산하시던 남성 두 분에게 "따로 계산해드릴까요?" 라고 물어보시는 것 보니, 가게가 바쁘지 않으면 각자 계산(더치페이)도 먼저 제시해주시는 듯 했다.
나는 수백(수육백반), 돼지국밥(토렴), 내장(+고기)국밥을 주문했다.
메뉴에는 없지만 내장국밥을 주문하면 이모님께서 고기도 같이 넣어줄까요? 라고 물어보시기 때문에 섞어국밥으로도 먹을 수 있다!
나름 히든 메뉴랄까?ㅋㅋㅋㅋㅋ
수백은 수육백반으로 수육 1접시, 돼지국밥국물, 공깃밥이 나온다.
돼지국밥은 돼지고기만 들어가고 밥은 국밥 안에 토렴되어 나온다.
그래서 밥 따로 국물 따로 드실 분은 따로국밥을 시키면 되는데 500원 더 비싸다.
우리는 오른쪽에 있는 방에 자리를 잡았다.
식탁에는 김치, 초간장, 새우젓, 다진양념(다대기), 소금, 물, 종이컵, 휴지, 수저 등이 놓여있다.
원래 물과 물티슈는 셀프라는 점!
할매국밥에 두 번 다녀왔는데, 왼쪽 방에는 냉장고에 있는 물을 꺼내 마시면 되는거라 시원했는데 이번에는 미지근한 물이었다.
홀에 있는 정수기를 이용하면 되는게 그게 좀 귀찮아서 그냥 미지근한 물을 마셨다.
반찬은 이렇게 기본찬이 깔리고, 왼쪽 위에는 다대기가 아니라 쌈장이다!
부추무침은 간이 세지 않아서 국밥 안에 넣어 먹는게 가장 베스트고, 수육에 곁들여 먹어도 부추향이 향긋하게 나서 좋았다.
고추는 맵지 않은 고추라서 좀 아쉬웠는데, 마늘은 알싸한 맛이 대박이었다.
음 근데 마늘, 고추, 양파가 담겨나오는 그릇은 고춧가루가 묻어있어서 아쉬웠다.
양파도 시들한 부분도 같이 나와서 조금 그랬음ㅠㅠ
드디어 나온 돼지국밥!!!!!!!!!!!!!!!!!!
플라스틱 뚝배기에 토렴된 국밥이 담겨 파, 고춧가루, 후추가 조금씩 얹어져서 나온다.
국물 색깔은 서면 교통부돼지국밥이랑 비슷해보였는데, 고기가 다르다..................... 삼겹살이다.........!!!!!!!
다른 국밥집에서 삼겹살이 들어간 국밥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지라 굉장히 신선했다.
밥은 이렇게 토렴해서 나오고, 삼겹살이 이렇게나 또 들어가있다.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넣어도 넣어도 싱거운 느낌이었는데 지금까지 얼마나 짠 국밥을 먹었었나 하고 반성을 했다.)
국물부터 한 입 맛봤다.
막 깊은 맛은 아닌데 굉장히 담백하고 깔끔했다.
곰탕을 골 때 두~세 번째 우려낸 국물 정도의 깔끔함이 느껴졌다.
MSG는 없는 느낌!
고기가 매우매우매우 부드럽다.
과장 조금 보태서 입에서 녹는 것 같았다.
적당한 지방과 살코기가 섞인 삼겹살 부위라서 그런지 느끼하지도 퍽퍽하지도 않았다.
따뜻한 국물에 담가놓으니 더 부드러웠다.
진짜 고기 대박적ㅠㅠ
이건 내장국밥인데, 여기도 삼겹살 고기가 들어가있고 오소리감투가 거의 반반씩 들어가있었다.
내장은 오소리감투 외에는 없었다.
오소리감투는 순대에 나오는 것처럼 씹으면 쓴 맛이 조금 올라와서 아쉬움이 남았다.
오소리감투가 익히 아는 그 맛이라 쫄깃쫄깃 씹는 식감을 느끼고 싶다면 내장국밥이나 섞어국밥을 시켜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다음부터 돼지국밥 시킬 예정 ㅎㅎㅎ
마지막으로 수백에 나온 수육 한 접시다.
와 이거는 고기 뭉텅이라고 불러야 맞을 정도로 토막토막이 크다.
이것도 삼겹살로 만든 것 같은데 뭔가 느낌대로 썰어서 나오기 때문에 굉장히 투박했다.
수백 7000원에 먹을 수육이라기에는 퀄리티가 굉장하다.
다른 곳에서 먹는다면 수육만 만원어치는 나올 듯 했다.
김치(조금 짰지만)와 수육 그리고 부추를 곁들여 먹어보고, 초간장에 찍어서도 먹어보고, 굵은 소금에만 찍어서도 먹어봤는데
어떻게 먹든 맛있었다.
특히 초간장이 적당히 새콤달콤해서 딱 우리 스타일이었다♥
양파를 간장에 절여두고 고기랑 같이 먹으면 최고!!!!!!
다만 식으면 살코기 부분이 질겨지기 때문에 따뜻할 때 먹어야하고, 만약 식으면 국물에 넣으면 그것 또한 새롭게 맛있다.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나니 온 몸에 땀이 흥건할 정도로 몸보신이 된 듯했다.
5500원짜리 돼지국밥으로 몸 보신이라니.. 가성비가 흘러내린다.
특별하게 깊은 맛은 없었지만, 맑은 국물에서 60여년간 지켜온 내공이 느껴지고 무엇보다 여태까지 다닌 돼지국밥 집 중에서 고기 퀄리티가 가장 뛰어났다.
돼지국밥에 삼겹살이 진짜 부드러워서 입에서 사르르 녹는 그 느낌이 며칠이 지나도 생각난다.
삼겹살이 아닌 부위는 삼겹살 보다 좀 질기기도 했다.
돼지국밥과 설렁탕, 곰탕 그 어딘가였던 할매국밥.
그래서 돼지국밥 초보자도 달인들도 다 아우를 수 있는 맛인 것 같다.
60년이 넘은 노포(오래된 가게)로써의 가치도 높다.
밥이 토렴되어 나온 돼지국밥 한 그릇을 호로록 마시고 나온 뒤의 그 상쾌함을
60여 년 전 할매국밥에서 국밥 한 그릇을 먹고 나온 그 때 그 사람들도 느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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